노숙/안도현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671
어제
667
최대
3,544
전체
297,557
  • H
  • HOME

 

[안도현] 노숙/안도현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5회 작성일 2025-04-18 08:53:44 댓글 0

본문

노숙(露宿)/안도현

양말 한 켤레를 빨아
빨랫줄에 널었다 청명한 날이다
빨랫줄은 두말없이 양말을 반으로 접었다
쪽쪽 빨아먹어도 좋을 것을
허기진 바람이 아, 하고 입을 벌려
양말 끝으로 똑똑 듣는 젖을 받아먹었다
양말 속 젖은 허공 한 켤레가
발름발름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바지랑대 끝에 앉아 있던 구름이
양말 속에 발목을 집어넣어보겠다고 했다
구름이 무슨 발목이 있느냐고 꾸짖었더니
원래 양말은 구름이 신던 것이라 했다
아아, 그동안 구름의 양말이나 빌려 신고 다니던 나는
차마 허공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  『 북항』(문학동네, 201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