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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멸치가 마르는 시간/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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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회 작성일 2025-04-18 08:52: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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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가 마르는 시간/안도현

멸치가 마르는 시간 바다는 잠잠하였다
멸치가 마르는 시간 그물은 멸치를 잊었다
멸치가 마르는 시간 법원과 학교가 세워졌고
멸치가 마르는 시간 법원의 새로 칠한 페인트는 꾸덕꾸덕해졌고
멸치가 마르는 시간 학교 아이들의 검은 눈동자는 하얗게 바랬다
멸치가 마르는 시간 철교의 허리가 뒤틀렸고
멸치가 마르는 시간 장미의 눈빛은 딱딱해졌다
멸치가 마르는 시간 모든 초원은 감옥이 되었다
멸치가 마르는 시간 바람의 전쟁이 터졌다
멸치가 마르는 시간 해일이 낮게 엎드려 해안으로 밀려왔다

― 『북항』(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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