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나에게 보내는 노래/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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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보내는 노래/안도현
너를 위해 불러줄 노래가 있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가야할 길이 많아서 철길은 꿈쩍도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철도노동자는 푸른 제복을 벗지 않고 있다
기다리는 기차는 오지 않았지만
대합실을 이대로 비워 둘 수는 없다
죽어도 누울 곳이 없는 껌팔이 소년과
귀싸대기 빨간 능금들을 좌판대에 위에 두고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집이란, 돌아가 편히 쉬는 곳이 아니라
단지 떠나야 할 때 구두끈을 조여매는 곳
떠나지 않고는 돌아올 수 없으니
정작 돌아오려거든 늘 떠나야 한다
나 아닌 것들을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한번도 목숨 걸고 살아 본 적 없었다
다가오는 겨울의 발자국소리만큼 덜컹대는
유리창 앞에서 아아, 흔들리는 마음 앞에서
갈탄난로를 피우지 않았다고 투덜대는 것보다는
세상은 내 한 몸이라도 들이밀어 바람구멍을 막아야 하는 곳
너를 위해 버려도 좋은 내 몸뚱아리 식지 않았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내가 불러야 할 노래는 끝나지 않았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 『외롭고 높고 쓸쓸한』(문학동네, 2004)
너를 위해 불러줄 노래가 있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가야할 길이 많아서 철길은 꿈쩍도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철도노동자는 푸른 제복을 벗지 않고 있다
기다리는 기차는 오지 않았지만
대합실을 이대로 비워 둘 수는 없다
죽어도 누울 곳이 없는 껌팔이 소년과
귀싸대기 빨간 능금들을 좌판대에 위에 두고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집이란, 돌아가 편히 쉬는 곳이 아니라
단지 떠나야 할 때 구두끈을 조여매는 곳
떠나지 않고는 돌아올 수 없으니
정작 돌아오려거든 늘 떠나야 한다
나 아닌 것들을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한번도 목숨 걸고 살아 본 적 없었다
다가오는 겨울의 발자국소리만큼 덜컹대는
유리창 앞에서 아아, 흔들리는 마음 앞에서
갈탄난로를 피우지 않았다고 투덜대는 것보다는
세상은 내 한 몸이라도 들이밀어 바람구멍을 막아야 하는 곳
너를 위해 버려도 좋은 내 몸뚱아리 식지 않았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내가 불러야 할 노래는 끝나지 않았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 『외롭고 높고 쓸쓸한』(문학동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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