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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멧새 한 마리​/이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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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8회 작성일 2025-04-14 17:11: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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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새 한 마리​/이태수

앞마당의 계수나무 빈 가지에
앉아 있는 멧새 한 마리,
차츰 짙어지는 어둠살 뒤집어쓰며
지저귀기 시작한다
창을 열고 귀 기울이면
새는 어느새 어둠이 아닌 제 노래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제 둥지를 찾아들기 전에
오늘 하루치의 못다 한 노래를
마지막으로 부르고 있었던 것인지,
계수나무 너머로는
구름에 온몸을 가린 보름달,
별들이 총총 눈 뜨기를 기다리는 동안
멧새는 제 노래 속으로 날아가버리고,
바람만 느리지만은 않게
빈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다

- 『침묵의 곁』(문학과지성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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