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재무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678
어제
667
최대
3,544
전체
297,564
  • H
  • HOME

 

[이재무] 바람/이재무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26회 작성일 2025-04-12 19:25:33 댓글 0

본문

바람/이재무

비를 몰고 오는 바람 앞에서
자지러지며 환호하는 여름날 나무같이
청춘의 한때 누구나 죽음 같은 환희를 앓죠
그러나 영원한 바람은 없죠
불시에 불어오듯 불시에 사라지는
바람 지나간 자리,
썰물 뒤 개펄에 남은 주름처럼
고독이 무늬를 새기게 되죠
부러진 가지 끝 슬픈 수액이 맺히고
부은 발등에 너무 일찍 저버린 시간들만 쌓이죠
독감처럼 거듭 찾아오는 바람 앞에서
존재는 불안으로 펄럭이겠죠
안쪽에서 생긴 바람 바깥을 흔들기도 하면서
그렇게 그늘은 넓고 두꺼워지죠
터진 튜브 더이상 땜질이 힘들 때까지
바람으로 신명을 살다 바람으로 고달파하죠

-  『저녁 6시』(창비, 200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