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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 입춘/안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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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4회 작성일 2025-04-12 13:33: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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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안상학

몸도 마음도 청춘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나는 완전하게 죽었던 것이 분명하다
아무도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지나가고
누구도 내가 흘리는 눈물을 눈치 채지 못했다
나만 이 세상에서 나를 눕힐 방 한 칸 없는 것만 같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집이 있는 것만 같았다
마음을 잃어버린 몸처럼 세상에서 나는 서러웠다

그때 내가 죽지 않았다면 그럴 리가 없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는 것만 같았고
내가 부르는 노래는 누구도 듣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고 남들은 뭐든 다 있는 것만 같았다
옷을 벗고 미친 듯이 뛰어다닌들 누구 하나 돌아볼 것 같지 않았다
 몸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세상에서 나는 외로웠다

몸도 마음도 완전한 청춘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나는 무덤보다 더 깊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봄이 오는 방식이 늘 그렇듯이 봄이 봄이 아닌 봄 속에서
나는 가슴속 남모르는 꽃 한 송이만 어루만지며
내겐 꽃 피고 질 춘삼월이 없을 것만 같은 날들을 살았다
몸도 마음도 잃어버린 사람처럼 세상에서 나는 살았다

-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걷는사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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