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학] 아버지의 수레바퀴/안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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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수레바퀴/안상학
아버지의 인생은 오토바이 바퀴에서 그쳤다.
달구지 하나 없는 화전민으로 살다가
지게 지고 안동으로 이사 나온 뒤
아버지의 인생은 손수레 바퀴였다.
채소장수에서 술 배달꾼으로 옮겨갔을 땐
아버지의 인생은 짐실이 자전거 바퀴였다.
아들딸들이 뿔뿔이 흩어져 바퀴를 찾을 무렵
아버지의 바퀴는 오토바이 두 대째로 굴렀다.
아들딸들이 자동차 바퀴에 인생을 실었을 무렵
아버지의 인생은 오토바이 바퀴에서 끝났다.
뺑소니 자동차 바퀴가 오토바이 바퀴를 세운 것이다.
아버지의 인생에서 마지막 바퀴는
병원으로 실려가는 그때의 택시 바퀴였다.
석 달 긴 잠 끝에 깨어난 뒤
바퀴 잃은 아버지의 인생은 지팡이였다.
걸음 앞에 꾹꾹 점을 찍는 아버지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연습을 하는 것 같다.
하나 남은 바퀴는 죽어서 저기 갈 때,
아버지의 인생 아버지의 노동은
오토바이 바퀴가 찌그러지면서 끝이 났다.
- 『안동소주』(실천문학사, 1999)
아버지의 인생은 오토바이 바퀴에서 그쳤다.
달구지 하나 없는 화전민으로 살다가
지게 지고 안동으로 이사 나온 뒤
아버지의 인생은 손수레 바퀴였다.
채소장수에서 술 배달꾼으로 옮겨갔을 땐
아버지의 인생은 짐실이 자전거 바퀴였다.
아들딸들이 뿔뿔이 흩어져 바퀴를 찾을 무렵
아버지의 바퀴는 오토바이 두 대째로 굴렀다.
아들딸들이 자동차 바퀴에 인생을 실었을 무렵
아버지의 인생은 오토바이 바퀴에서 끝났다.
뺑소니 자동차 바퀴가 오토바이 바퀴를 세운 것이다.
아버지의 인생에서 마지막 바퀴는
병원으로 실려가는 그때의 택시 바퀴였다.
석 달 긴 잠 끝에 깨어난 뒤
바퀴 잃은 아버지의 인생은 지팡이였다.
걸음 앞에 꾹꾹 점을 찍는 아버지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연습을 하는 것 같다.
하나 남은 바퀴는 죽어서 저기 갈 때,
아버지의 인생 아버지의 노동은
오토바이 바퀴가 찌그러지면서 끝이 났다.
- 『안동소주』(실천문학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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