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얼음 매미/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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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매미/안도현
매미가 벗어놓고 간 허물 속으로, 눈이 내린다
이 누더기의 주인은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날아갔는데
눈은 비좁은 구멍 속으로
자꾸 자꾸 내린다, 그리하여 쌓인다
하늘은 몇 번이나 녹았다가 얼고,
(이 겨울이 지날 때쯤 나는 매미 허물을 가만히 벗겨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날아갈 줄도 모르고, 발을 가슴께로 그러모은
얼음 매미 한 마리가 거기 웅크리고 있겠지
-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현대문학북스, 2001)
매미가 벗어놓고 간 허물 속으로, 눈이 내린다
이 누더기의 주인은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날아갔는데
눈은 비좁은 구멍 속으로
자꾸 자꾸 내린다, 그리하여 쌓인다
하늘은 몇 번이나 녹았다가 얼고,
(이 겨울이 지날 때쯤 나는 매미 허물을 가만히 벗겨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날아갈 줄도 모르고, 발을 가슴께로 그러모은
얼음 매미 한 마리가 거기 웅크리고 있겠지
-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현대문학북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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