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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부부/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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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97회 작성일 2025-01-30 11:53:4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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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이재무

안방 침실에서 네 명의 남녀가 잔다

등 돌려 벽 보고 자는 부부

모텔에서 만난 사내 떠올려 몰래 얼굴 붉히는 아내와

개구리 피부처럼 매끄러운 계집 맨살

짜릿짜릿 감촉 삼삼해 파자마 속 불끈 솟는 아랫도리

지그시 누르며 딴청 피우는 남편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들 부부에게

애정 싸움은 추억이 된 지 오래다

지루한 장마철 버팀목으로나 가까스로 견디는

쩍쩍 금이 가고 한쪽으로 형편없이 기울기 시작한 축대

보기에는 아슬아슬해도 여간해서는 붕괴되지 않듯

이 부부가 지키는 울타리 또한

쉽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속고 속이는 일도 오래되면 잠옷처럼 익숙해져 편안한 것인가

아이들은 제멋대로 알아서 잘 크고 있고

집안 대소사며 직장일 맡겨진 의무에 성실

근면한 중년 내외 줄다리식 사랑은

신혼 때와 달리 서로 힘쓰지 않음으로써 평형이 가능해진다

새근새근 사이좋게 들수날숨 서로 들이마시며

금슬 좋은 부부 긴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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