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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강철 거미/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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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0회 작성일 2025-04-06 22:55:5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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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거미/손택수

손바닥이 끈적하다, 공사장을 떠돌다
내 사는 화정 인근까지 파견을 온 동창 녀석
쇠심 박은 다리를 절뚝절뚝 파이프관과 관을 잇고 조이며
허공을 기어오르는 비계공이 되었다
쇠파이프를 거미줄 삼아 살다보니
몸속에도 쇠거미줄이 생겼다고
멋쩍게 웃는 녀석
그의 포획물은 결국 그 자신이었단 말인가
제 몸에 갇힌 거미, 네가 노래하는 하늘엔
내딛는 곳마다 발목 지뢰가 묻혀 있어서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발판을 거듭 더듬거리는 시늉을 하다니
딛고 선 땅도 허공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이었을까
건네 온 악수가 풀리지 않는다
공사장 근처 끈적한 쇠파이프들,
장마 내내 입에 쳤던 거미줄이
우글우글하다

- 손택수, 『나무의 수사학』 (실천문학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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