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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발끝의 노래/신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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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51회 작성일 2025-02-11 13:46:19 댓글 0

본문

발끝의 노래/신영배

 바람이 문자를 가져간다
 이것은 창가에 매달아놓은 육체 이야기
 
 창문을 열면
 귀에서 귀로 냄새가 퍼졌다
 
 그 발바닥을 보려면
 얼굴을 바닥에 붙여야 하지
 아무도 공중에 뜬 자국을 보지 못한 때
 문자가 내려와 땅을 디디려는데
 바람이 그것을 가져갔단 말이지
 
 구더기처럼 그림자가 떨어졌다
 
 한 줄 남기고 다 버려 우리들의 문학 수업
 시외로 가는 차량 근처에 너를 떼어버리고 오다
 멀리멀리 가주렴 문장아, 내가 사랑했던 남자야
 
 살갗 같았던 문장과 이별하고도
 아름다운 시 한 편 쓰지 못하는 나는
 목만 끊었다 붙였다
 
 태양 아래 서서 혼자 부르는 노래
 내 그림자 길이만큼 땅을 판다
 내 그림자를 종이에 싼다
 
  내 그림자를 땅에 묻는다
  내 그림자 무덤에 두 번의 절
 그리고 축문
 
 오늘 나는 그림자 없이 일어선다
 흰 눈동자의 날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을 완성할 즈음
 내 발목을 잡는 검은 손
 어제 장례를 치른 그림자가 덜컥 붙는다
 발끝을 내려다봐
 끊은 목 아래
 꿈틀거리는 애벌레들
 
 이별은 계속된다
 바람이 문자를 가져간다
 이것은 창가에 매달아놓은 육체 이야기
 
 붙이고 붙인 살덩이를 끊고 끊어
 차분히 내려놓을게
 공중에 뜬 발바닥 아래로
 
 다 내려놓을 테니 다 가져가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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