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천] 바다민박/박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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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민박/박제천
등허리도 춥고 가슴속에 불길도 일지 않는 날
바다를 찾아가 민박을 했다
미역 냄새 나는 갯벌을 걸어도
퐁퐁퐁 구멍을 내고 바깥을 내다보는
새끼 게 한 마리 없었다
밤늦도록 술 취해 바라보는 물이랑에도
문어단지 하나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물결마다 눈 내리듯 별들이 무수히 떨어져내렸지만
떨어져내린 곳마다 은빛 미늘로 번쩍였지만
바다는 누군가 그리울 때처럼
어둠의 물무늬를 하염없이 낚고 있었다
돌아와 혼자 먹는 밥상엔 싸시랭이젓도 없고
바다 냄새 나는 비웃젓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한사람
바다가 되어 달려드는 나를
바다 민박집에서 기다렸다
- 『아,』(문학아카데미, 2007)
등허리도 춥고 가슴속에 불길도 일지 않는 날
바다를 찾아가 민박을 했다
미역 냄새 나는 갯벌을 걸어도
퐁퐁퐁 구멍을 내고 바깥을 내다보는
새끼 게 한 마리 없었다
밤늦도록 술 취해 바라보는 물이랑에도
문어단지 하나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물결마다 눈 내리듯 별들이 무수히 떨어져내렸지만
떨어져내린 곳마다 은빛 미늘로 번쩍였지만
바다는 누군가 그리울 때처럼
어둠의 물무늬를 하염없이 낚고 있었다
돌아와 혼자 먹는 밥상엔 싸시랭이젓도 없고
바다 냄새 나는 비웃젓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한사람
바다가 되어 달려드는 나를
바다 민박집에서 기다렸다
- 『아,』(문학아카데미,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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