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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 꽃 한 송이/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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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6회 작성일 2025-04-12 12:32:3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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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백무산

길이 끝나는 길에 나는 앉아 있었네
나도 끝이 나서 할 일을 잃었네
둑은 터지고 마을은 물 아래 있었네
사람길 다 끊겨 적막한 밤에
끊긴 길 위에서 밤을 지새네
나와 오래 한몸이던 이 길이
이 밤 이리도 낯서네

이대로 이 적막 위로 동이 트는데
아무도 없는데 누가 날 쳐다보는 듯
자꾸 귓불이 가려웠는데
낮은 길섶 안개 속에 구절초 한 송이
옅은 햇살에 뽀얀 얼굴로 날 보고 있었네
저리도 따스웁게 날 보고 웃는 꽃 한 송이 아,
저 꽃 한 송이가 나를 일으키네

아하, 언젠가 우리 어디선가 어디에선가
아주 아주 오래 전에 내 곁에서
눈을 반짝이며 말없이 오래 머물다 간 사람
이렇게 다시 만나네
금생에 이렇게 다시 만나네

- 백무산,『길 밖의 길』(도서출판 갈무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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