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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로리타의 붉은 노을/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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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1회 작성일 2025-04-12 10:36:0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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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타의 붉은 노을/박영희

귀로 듣는 건 팔 할이나
입으로 말하는 건 삼 할이 고작인

시어머니 핀잔에 눈시울 붉어지는
여자, 이 말은 하네
겨울은 싫어요. 필리핀에 없는 겨울은 너무 추워요.

필리핀 북부 루손 마운틴주를 떠나온 뒤
십 년 다 지나도록
고향에 가지 못했네 입이 있어서 말은 하나
그 말 알아듣지 못하는 남자와
몸부터 섞은 여자, 버림받을까 두려워
아이부터 낳았다네
여자는 한숨 돌렸고
시어머니는 한시름 놓았다네

두려움에 떨며 낳은 남매에게
엄마랑 사진 한 장 찍을래? 하였더니
딸은 뒷걸음치고 엄마 닮은 아들은 몸을 숨겨버리네

여자의 눈시울 또 붉어지네

- 『즐거운 세탁』(도서출판 애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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