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노인/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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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박철
송곳 박을 땅조차 없어도
낫질 하나는 이력이 난 사람이었다
한번 허리를 굽히면
들깻잎이 한풀 꺾이도록
일어설 줄 모르는 인물이었다
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눈물 찔끔이며 돼지 쓸개를 쑤셔넣던
세상 사랑하던 위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참빗질하듯 낫질을 하고
허리 펴지 않고 눈물을 감춰도
끝내 송곳 박을 땅조차
남기지 못하고 간 서출이었다
세월이 이만큼 흘러
그 씨알머리 아직 마음 잡지 못하고
샛강에 나가 낮술을 지우다보면
세상 이 풍진 수풀을 향해
낫 들고 달겨드는
산발한 노인이 있다
- 『새의 全部』(도서출판 문학동네, 1995)
송곳 박을 땅조차 없어도
낫질 하나는 이력이 난 사람이었다
한번 허리를 굽히면
들깻잎이 한풀 꺾이도록
일어설 줄 모르는 인물이었다
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눈물 찔끔이며 돼지 쓸개를 쑤셔넣던
세상 사랑하던 위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참빗질하듯 낫질을 하고
허리 펴지 않고 눈물을 감춰도
끝내 송곳 박을 땅조차
남기지 못하고 간 서출이었다
세월이 이만큼 흘러
그 씨알머리 아직 마음 잡지 못하고
샛강에 나가 낮술을 지우다보면
세상 이 풍진 수풀을 향해
낫 들고 달겨드는
산발한 노인이 있다
- 『새의 全部』(도서출판 문학동네,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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