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해] 산수유국에 들다/문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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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국에 들다/문성해
그곳 서방정토의 삼월에는
꽃 이름을 앞 세운 국가들이 나뭇가지마다 열린다네
단 하나의 시조설화도 없이
산수유국 목련국 진달래국 매화국이
가난한 가지마다 봉긋봉긋 솟아오른다네
향기가 없으면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는 나라
향기로운 코 하나로 누구나 백성이 되는 나라
스스로 치장하고 목청 높여 백성들을 부르는 나라
하늘 아래 이보다 더 아름답고 곡진한 국가는 없을 터
그곳 서방정토의 삼월에는
백성을 호객하며 핵폭발로 태어나는 국가들이 있다네
거창한 국민헌장도 영토도 없는 나라
일체의 세금도 의무도 지우지 않는 나라
알 수 없는 곳에서 아기가 오듯 흥성스러운 날에
코에 담뿍 꽃분을 묻힌 백성들의 붕붕거리리는 한때*가 지나면
알 수 없는 곳으로 늙은이가 져내리듯
캄캄하게 져버리는 나라들이 있다네
그건 한순간의 일이라서
단 한명의 열혈 백성도 따라갈 수 없다네
* 장석주의 시 「붕붕거리는 한때」에서 인용함.
- 『입술을 건너간 이름』(창비, 2012)
그곳 서방정토의 삼월에는
꽃 이름을 앞 세운 국가들이 나뭇가지마다 열린다네
단 하나의 시조설화도 없이
산수유국 목련국 진달래국 매화국이
가난한 가지마다 봉긋봉긋 솟아오른다네
향기가 없으면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는 나라
향기로운 코 하나로 누구나 백성이 되는 나라
스스로 치장하고 목청 높여 백성들을 부르는 나라
하늘 아래 이보다 더 아름답고 곡진한 국가는 없을 터
그곳 서방정토의 삼월에는
백성을 호객하며 핵폭발로 태어나는 국가들이 있다네
거창한 국민헌장도 영토도 없는 나라
일체의 세금도 의무도 지우지 않는 나라
알 수 없는 곳에서 아기가 오듯 흥성스러운 날에
코에 담뿍 꽃분을 묻힌 백성들의 붕붕거리리는 한때*가 지나면
알 수 없는 곳으로 늙은이가 져내리듯
캄캄하게 져버리는 나라들이 있다네
그건 한순간의 일이라서
단 한명의 열혈 백성도 따라갈 수 없다네
* 장석주의 시 「붕붕거리는 한때」에서 인용함.
- 『입술을 건너간 이름』(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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