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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개울가에서/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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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3회 작성일 2025-04-02 17:58:3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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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가에서/도종환

그때는 가진 것도 드릴 것도
아무것도 없어서
마음이 내 전부라 여겼습니다

당신도 마음을 어떻게 보여줄 수 없어서
바람이 풀잎을 일제히 뒤집으며 지나가듯
나를 흔들며 지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물 위에 비친 그대 얼굴
개울물이 맑게 맑게 건드리며 내려가듯
내 마음이 당신을 만지며 가는 줄 믿었습니다

마음은 물처럼 흘러가 버리는 것인 줄 몰랐습니다
바람처럼 어디에나 있으나
어디에도 없는 것인 줄 몰랐습니다

내 마음도 내 몸도 내가 모르면서
없는 것에 내 전부를 맡겼습니다
바람 속에다 제일 귀한 걸 걸었습니다

- 도종환, 『슬픔의 뿌리』(실천문학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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