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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연가/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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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3회 작성일 2025-04-14 11:13:5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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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戀歌)/나희덕

흐리거나 추운 날을 가려
나 그대에게 가리
천정 위에서 우는 먹구름과
들쥐처럼 산을 내려오는 바람 속에서
그 감추어진, 빈 길을 걸어서 가리
나무인 우리가
사랑을 위하여 던졌던
지푸라기들이 젖어 있고
즙처럼 두 눈에 고이는 비는
나의 가지를 치나니,
자라온 자취를 굽혀 보여주는 그대여
내 젖어 있는 시간을 가려
그날에게로 돌아가리
바람이 불쑥 칼날을 내어미는 날에도
바람에 눈이 찔린 나무들이 되어

- 『뿌리에게』(창작과비평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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