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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바다 선물하기/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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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0회 작성일 2025-04-08 18:39:0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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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선물하기/한승원

바다로 간다
밀물이 툭 터질 듯한 배부름처럼 밀려들었을 때
시멘트 바람벽 속에 갇혀 있는 사랑에게
내 바다 보내주기 위하여
휴대 전화기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내 바다가 그쪽으로 흘러가도록 생중계한다
세상의 모든 유인도들의
머리 위로 솜뭉치처럼 피어오르는
구름에 대하여 은쟁반 같은
달에 대하여 깜박거리는
별에 대하여 갯벌밭을 기는
꽃게와 뿔고둥에 대하여
말미잘의 요염한 울긋불긋한 융털 같은 술 달린 속치마와 꽃 같은
입에 대하여
수줍게 웃고 있는
보랏빛 갯메꽃의 색정적인 웃음 색깔에 대하여
짭짤한 입내 풍기며 속삭이는
해풍에 대하여
그러면서 나도 내 바다 따라 그 사랑 속으로 흘러간다

- 『노을 아래서 파도를 줍다』(문학과지성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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