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11월/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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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황인숙
달이
빈 둥지처럼 떠 있다.
한 조각씩 깨어져
흘러가는
강얼음 같은 구름 사이에.
그곳에서
내 손은 차가웠다.
내 가슴도, 배도, 다리도, 발도 차가웠다.
내 입술은 차가웠다.
콧등도 각막도 눈썹도 이마도 차가웠다.
머리카락도 차가웠다.
뱀인 나의 피는 얼어가고 있었다.
달빛이 한기로 가득찬 그곳에서.
나는 밤 속에서도 응달에서
영원히 그 곁을 벗어날 것 같지 않은
낡은 달을 본다.
이제는 더 이상 추억을 지어내지 못할
죽은 새의 둥지를.
- 『꽃사과꽃이 피었다』(문학세계사, 2013)
달이
빈 둥지처럼 떠 있다.
한 조각씩 깨어져
흘러가는
강얼음 같은 구름 사이에.
그곳에서
내 손은 차가웠다.
내 가슴도, 배도, 다리도, 발도 차가웠다.
내 입술은 차가웠다.
콧등도 각막도 눈썹도 이마도 차가웠다.
머리카락도 차가웠다.
뱀인 나의 피는 얼어가고 있었다.
달빛이 한기로 가득찬 그곳에서.
나는 밤 속에서도 응달에서
영원히 그 곁을 벗어날 것 같지 않은
낡은 달을 본다.
이제는 더 이상 추억을 지어내지 못할
죽은 새의 둥지를.
- 『꽃사과꽃이 피었다』(문학세계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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