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가을의 끝/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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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황인숙
나무들이 몸을 뒤채며
씻기고 볶이고 배배 틀리며
땅속 깊이 발톱을 박아넣는다
갈갈이 찢긴 가랑잎들이
땅거죽부터 하늘 끝까지 회오리친다
창문들, 처마들, 간판들,
개들과 새들과 사람들, 그리고 현수막들
모두들 달리고 있다
제가끔 달리고 있다
소리소리 지르며 달리고 있다
속이 탁 트이도록
멍해지도록
쇠대야 하나
왱댕그랑 뒹굴며 바람의 행렬에 합류한다.
- 『리스본行 야간열차』(문학과지성사, 2007)
나무들이 몸을 뒤채며
씻기고 볶이고 배배 틀리며
땅속 깊이 발톱을 박아넣는다
갈갈이 찢긴 가랑잎들이
땅거죽부터 하늘 끝까지 회오리친다
창문들, 처마들, 간판들,
개들과 새들과 사람들, 그리고 현수막들
모두들 달리고 있다
제가끔 달리고 있다
소리소리 지르며 달리고 있다
속이 탁 트이도록
멍해지도록
쇠대야 하나
왱댕그랑 뒹굴며 바람의 행렬에 합류한다.
- 『리스본行 야간열차』(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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