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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재] 소보로/고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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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22회 작성일 2025-03-09 16:32: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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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로/고명재​

    그때 나는 골목에서 양팔만 벌려도
    양파 밭을 넘어서 하늘로 떠올라버렸다
   
    그때 나는 무결한 무릎의 탄성이었다
    산비탈을 보면 리듬부터 솟았고

    그때 나는 돌아다니는 환대였으므로
    개와 풀과 가로등까지 쓰다듬었다

    그때 나는 잔혹했다 동생과 새에게
    그때 나는 학교에서 학대당했고
    그때 나는 모른 채로 사랑을 해냈다
    동생 손을 쥐면 함께 고귀해졌다

    그때 나는 빵을 물면 밀밭을 보았고
    그때 나는 소금을 핥고 동해로 퍼졌고
    그때 나는 시를 읽고 미간이 뚫렸다
    그때부터 존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 그때의 네가 창을 흔든다
    그때 살던 사람은 이제 흉부에 살고
    그래서 가끔 양치를 하다 가슴을 쥔다
    그럴 때 나는 사람을 넘어 존재가 된다

    나는 이야기다 적설(積雪)이다 빵의 박자다
    왜성(矮星)에 크림을 바르는 예쁜 너의 꿈이다
    그렇게 너는 작은 빵가게를 차린다
    무릎 안에 소보로가 부어오를 때

    그때 나는 한입 가득 엄마를 깨문다
    치매가 와도 매화는 핀다 그게 사랑
    뚱뚱한 엄마가 너를 끌어안는다
    그때 너는 이야기며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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