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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얼음나라 여자들/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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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82회 작성일 2025-02-21 09:50: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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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나라 여자들/강성은

  엄마는 죽은 할머니의 스웨터를 풀어 우리의 스웨터를
짰다 할머니는 이렇게 냄새나는 스웨터를 입고 다녔어 우
리가 이 스웨터를 입지 않으려고 삼년 동안 가출한 걸 할
머니는 알까 비닐옷만 입고 다닌 걸 할머니는 알까 우리는
삼년 동안 빈 칼집만 차고 다니거나 이 빠진 칼로 새를 토
막내는 사람들을 보았다 공원에서 쥐들에게 빵을 나눠주
고 쥐들이 남긴 것을 먹는 사람을 보았다 바람에 날아가는
헐렁한 모자를 쫓느라 우리는 맨발로 눈 쌓인 산을 일곱
개나 넘었다 우리는 추웠어 우리는 따뜻한 털가죽을 갖고
싶었다 엄마는 스웨터만 잔뜩 짜놓고 죽었다 우리는 비닐
위에 냄새나는 스웨터를 입었다 죽은 할머니의 스웨터를
입었지만 일년 내내 동상에 걸렸다 검은 발에서 시퍼런 피
가 뚝뚝 흘러내렸다 우리는 죽은 엄마의 스웨터를 풀어 우
리의 발을 짠다 엄마는 이렇게 냄새나는 스웨터를 입고 다
녔어 엄마도 우리처럼 발이 시렸을까 엄마도 우리처럼 피
를 흘리면서도 뜨개질을 멈추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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