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종] 딸기 따는 처녀로 오시게/고재종
페이지 정보
본문
딸기 따는 처녀로 오시게/고재종
시방 마을의 비닐하우스에선
어쩌려고 딸기가 무르익고 있네
실내 자욱이 깔린 훈김과 열기 속,
아이들 주먹 송이만 한 알알이
으밀아밀 저희들끼리 소곤대며
긴 이랑을 어디 끝까지 길 내고 있네
무쇠 등이라도 벗겨질 그 속에서
차마 웃통은 못 벗어부친 러닝 차림으로
딸기를 따는 아낙, 그녀의 유방이
산처럼 불끈거리는 걸 본 적이 있네
하면 사랑이거든 딸기빛으로 오시게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딸기 송이로 오시게, 내 가슴속
백만 세포의 박수갈채를 일으키며
아무 말 말고 딸기 따는 처녀로 오시게
때로는 딸기 알알에, 울컥울컥
핏덩이를 쏟은 그 누구의 생이 튄 게
내 이글거리는 죄업일지라도,
긴 딸기 이랑으로 저녁노을이 깔리면
단내 나는 네 숨결을 우지끈 안고
긴 이랑의 길 너머까지 달리겠네
사랑이거든 딸기 따는 처녀로 오시게
- 『쪽빛 문장』(문학사상사, 2004)
시방 마을의 비닐하우스에선
어쩌려고 딸기가 무르익고 있네
실내 자욱이 깔린 훈김과 열기 속,
아이들 주먹 송이만 한 알알이
으밀아밀 저희들끼리 소곤대며
긴 이랑을 어디 끝까지 길 내고 있네
무쇠 등이라도 벗겨질 그 속에서
차마 웃통은 못 벗어부친 러닝 차림으로
딸기를 따는 아낙, 그녀의 유방이
산처럼 불끈거리는 걸 본 적이 있네
하면 사랑이거든 딸기빛으로 오시게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딸기 송이로 오시게, 내 가슴속
백만 세포의 박수갈채를 일으키며
아무 말 말고 딸기 따는 처녀로 오시게
때로는 딸기 알알에, 울컥울컥
핏덩이를 쏟은 그 누구의 생이 튄 게
내 이글거리는 죄업일지라도,
긴 딸기 이랑으로 저녁노을이 깔리면
단내 나는 네 숨결을 우지끈 안고
긴 이랑의 길 너머까지 달리겠네
사랑이거든 딸기 따는 처녀로 오시게
- 『쪽빛 문장』(문학사상사, 200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