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매일] [2019년 대구매일 신춘문예]사과를 따는 일/권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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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따는 일/권기선
나는 아버지 땅이 내 것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런 마음을 먹은 뒤부터 아버지 땅에 개가 한 마리 산다 깨진 타일조각 같은 송곳니는 바람을 들쑤신다 비옥한 땅은 질기고 촘촘한 가죽의 눈치를 살피다 장악되고 과잉되다 갈라진다 아버지는 땅을 방치하고, 나는 그것을 납치한다 깊은 목젖을 끌어올려 목줄을 뜯은 개가 간신히 사과 하나를 놓고 엎드렸다 세상 혼자 짊어지려던 남자는 무게를 견디다 어깨가 굽었다 힘은, 무기의 정차역 같았다 엎드린 개가 일어서지 못하고, 사과는 지하의 고요한 관을 기억해낸다 아버지 땅에 몰래 사과나무 한 그루 심은 날 그해 사과는 한 개도 달리지 않았다 아버지 땅이 내 땅이 되던 날 나는 사과나무 아래 아버지를 묻었다 병 걸린,
아버지를 먹고 자란 사과나무
붉은,
사과 따는 일을
나는 아버지 땅이 내 것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런 마음을 먹은 뒤부터 아버지 땅에 개가 한 마리 산다 깨진 타일조각 같은 송곳니는 바람을 들쑤신다 비옥한 땅은 질기고 촘촘한 가죽의 눈치를 살피다 장악되고 과잉되다 갈라진다 아버지는 땅을 방치하고, 나는 그것을 납치한다 깊은 목젖을 끌어올려 목줄을 뜯은 개가 간신히 사과 하나를 놓고 엎드렸다 세상 혼자 짊어지려던 남자는 무게를 견디다 어깨가 굽었다 힘은, 무기의 정차역 같았다 엎드린 개가 일어서지 못하고, 사과는 지하의 고요한 관을 기억해낸다 아버지 땅에 몰래 사과나무 한 그루 심은 날 그해 사과는 한 개도 달리지 않았다 아버지 땅이 내 땅이 되던 날 나는 사과나무 아래 아버지를 묻었다 병 걸린,
아버지를 먹고 자란 사과나무
붉은,
사과 따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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