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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년 동양일보 신춘문예]외갓집/윤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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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3회 작성일 2025-04-11 23:41:0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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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윤연옥

낡은 일기장에는
작은 파편들이 널려있고
가을이 데려 온 바람
놀다간 자리서 햇볕 냄새가 난다

툇마루서 뒹굴던 고슬한 추억
손바닥으로 만지고 쓸어보면
햇살처럼 보드랍고 따뜻해
속절없이 내려놓는 한조각 그리움

찬바람 불어 시린 속
일상 허기 달래면
동강 난 필름
마주보고 웃는다

장독대 항아리 속 웅크리고 있던 홍시
외할머니 손에서 단내를 풍기고
까치밥 쪼던 까치
한낮 풍경이 되다

꼬물대며 하냥 기어가는
사랑의 자취들
우화의 날갯짓 소리에
불빛 찬란하게 몸 바꾼 뜨락

가뭇없이 떠나가는
파편 한 조각 집어 들고
무심의 공덕이라
해조음에 하늘만 본다



​심사평

“근원적 삶의 신실한 성찰력 돋보여”

이번 신인문학상 응모작은 전보다 많은 작품(588)으로 늘어났지만 미숙하고 난무한 작품들이 많았다. 숙명적 한계를 극복하고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치열한 도전의식이 예년보다 떨어지고 있다.
선자의 손에 마지막까지 우열을 겨룬 작품으로 김길중의 ‘컵라면’에서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노인의 몸매와 숨을 몰아쉬는 노인의 ‘리어카가 무거워지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리어카가 가벼워지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짙은 어둠과 컵라면에 물을 붓고. 마지막 국물을 들이켜고 있는 정황을 엿보인다.
윤연옥의 ‘외갓집’에서 낡은 일기장에 작은 파편 같은 가을이 데려온 바람, 햇볕 냄새가, 툇마루 뒹굴던 추억이 햇살처럼 보드랍고 따뜻한 그리움으로. 찬바람 속의 허기와 장독대 항아리 홍시, 외할머니 손에서 단내를 풍기고, 까치밥 쪼아 먹던 시절의 외가의 추억들을 일떠세워. 사랑의 자취들을 속에서 읽어낸다.
가뭇없이 떠나가는 한 조각 속에서 무심의 공덕이라며, 해조음의 하늘만 본다. 여기서 해조음은 불타의 관음음으로 세월 속에서, 하냥은 함께의 방언으로. 무심의 삶속에 살아나고 있다.
윤연옥의 ‘외갓집’에서 근원적 삶의 신실한 성찰력이 돋보인다. 윤연옥의 ‘외갓집’을 당선작으로 내놓는다. 더욱 정진하여 대성하기를 바란다.

정연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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