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전라매일 신춘문예]숲을 켜다/조이경 > 신춘문예

숲을 켜다/조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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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를 할 때도 주먹을 내야겠어요
오늘이 새나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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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미러 속 환삼덩굴이
투명한 손을 뻗어오네요
엄지와 검지의 잔뿌리를 싹둑 자르고
포레스트 어플*을 켭니다
여기는 역설의 숲, 숲지기는
가위로 가위를 잘라야 해요
비탈진 모래 언덕에
곰발바닥선인장을 심어볼까요
보송보송한 솜털에는
지문이 닳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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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흘러내리는 모래시계를 샀지요
시간의 나무는 백색소음을 먹고 자란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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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수요일이 명상을 클릭합니다
함께 심기에 당신을 초대할게요
다달이 선물로 주던 데이터,
이젠 꽃과 나무로 주세요 코인이 쌓이면
낙타의 무릎에도 종려나무를 심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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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날숨을 길게 내쉽니다
마른 흙이 빗방울에 놀라 소스라치네요
불모의 한때가 비늘처럼 떨어져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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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을 스치는 흙내음
내일은 집을 지을 거야
수목 한계선 밖에서 울고 있던
야명조夜鳴鳥 한 마리,
가문비나무숲으로 날아듭니다
가문비나무에선 사철 물소리가 들려요
극지의 바람에는 비의 씨앗이 들어 있나 봐요
바람의 숨결에 집중하며
주먹을 풀지 않는 나무
고요히 겨울을 완성한 가문비나무는
악기의 맑은 공명共鳴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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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게서 저녁을 삭제하자
발톱이 새로 돋아났어요
여문 실핏줄을 뽑아 시간의 나이테를 그려요
파랗게 녹명鹿鳴을 풀어놓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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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계획한 일에 몰두한 시간만큼 숲에 나무가 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