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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202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목다보/송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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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2회 작성일 2025-04-11 22:51: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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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다보/송하담
 
아버지는 목수였다
팔뚝의 물관이 부풀어 오를 때마다 나무는 해저를 걷던 뿌리를 생각했다 . 말수 적은 아버지가 나무에 박히고 있었다 .
나무와 나는
수많은 못질의 향방을 읽는다
콘크리트에 박히는 못의 환희를 떠올리면 불의 나라가 근처였다 . 쇠못은 고달픈 공성의 날들 . 당신의 여정을 기억한다 . 아버지 못은 나무못 . 나무의 빈 곳을 나무로 채우는 일은 어린 내게 시시해 보였다 . 뭉툭한 모서리가 버려진 나무들을 데려와 숲이 되었다 . 당신은 나무의 깊은 풍경으로 걸어갔다 . 내 콧수염이 무성해질 때까지 숲도 그렇게 무성해졌다 . 누군가의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는 건 박히는 게 아니라 채우는 것 . 빈 곳은 신의 거처였고 나의 씨앗이었다 .
그는 한 손만으로 신을 옮기는 사람
나무는 노동을 노동이라 부르지 않는다 . 당신에겐 노동은 어려운 말 . 그의 일은 산책처럼 낮은 곳의 이야기였다 . 숲과 숲 사이 빈 곳을 채우기 위해 걷고 걸었다 .
신은 죽어 나무에 깃들고
아버지는 죽어 신이 되었다
나무가 햇살을 키우고
나는 매일 신의 술어를 읽는다
목어처럼 해저를 걷는다

 
송하담(본명 송용탁·45)
- 부산 生
- 학원 국어강사

 
♣ 심사평
 
“상상의 폭 넓게 두고 적확한 시어 찾아내 ”
예심을 거친 작품들은 대부분 오랜 습작의 내공들을 보여주고 있었으나 , “왜 이 시를 쓰게 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흔쾌한 답을 주는 작품은 드물었다 . 달아나기만 하는 언어를 붙잡아 내 존재의 , 삶의 숨결을 불어넣으며 시 고유의 장르적 힘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 선자들이 마지막까지 논의한 작품은 이용원의 ‘무심하게 미시령 ' 외 4 편과 송하담의 ‘목다보 ' 외 4 편이었다 . 이용원의 시들은 마치 베틀로 피륙을 짜내려가는 듯한 직조의 맛이 돋보였으나 , 이러한 정성이 오히려 시를 단조롭고 밋밋하게 만드는 아쉬움을 남겼다 .
송하담의 시들은 이용원의 시들에 비해 좀 더 과감한 면이 있었다 . 거친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다보 '를 당선작으로 뽑은 이유는 이 작품이 이러한 응모자의 특성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 상상의 폭을 넓게 두면서도 적확한 시어를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 , 그리고 이 상상과 언어 속에 삶의 비의와 존재의 근거를 담아내고자 하는 치열함이 그를 좋은 시인으로 우뚝 서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
심사위원 (이영춘, 이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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