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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2025년 한라일보 신춘문예]고등어 가족/장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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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01회 작성일 2025-01-13 15:17:0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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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가족/장주호

이전의  삶이라면
분명  기요틴이  되었을
치밀하고도 잘 짜인  나무

그 반질반질한 제단 위에  올라선
모임에 어울리지 않는 입김의 뜨거움
오로지 죽어서 죽을 수 없는 존재만이
허공의 달과 눈을 맞출 수 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가죽 채찍처럼  후려치던  짜디짠 마름쇠
이윽고 죽  찢어진다
구석구석  발려진다

각자의  영역을 나온 순간부터  비극
농축된  작은 금속들은 온몸의  살을 후벼  파는데
걸쭉한 피  한 줄기가 느껴지는 듯하여
구긴  초대장을 얼른 이마 위로 가져간다

요리를 기다리는 콩과 콩깍지의  사이
아픈 멍을 스스로 눌러보는 것은 즐거운  일일까?
분쇄기들엔  의도가 있다는 것이  앵무새와는 다른  점
들어가는 입과 나가는 입을 구분할 수  없고

고등어의  가시는 꼭꼭 씹을 수  있다
그  짭잘함에  표본이  되지는 못한다
얼굴 그림자 위로 젓가락이  곡예 비행을 한다
그 잡짤함에  도무지  끊지를 못한다


---당선소감
[한라일보] 대학 시절에는 물리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하며 관련 인공지능 등을 공부합니다. 글쓰기와 여행, 그리고 바다를 좋아합니다. 세상에 대해 최대한 사유하고 싶었기에 천문학과 물리학 주제의 시, 아픔과 그 무의식에 관한 시, 여러 예술 작품의 오마주들, 그리고 바다, 우주, 심리, 역사 등에 관한 시를 써 왔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영화를 볼 때도, 소설을 읽을 때도, 누군가와 대화할 때도, 그 외에 양자역학 같은 분야나 여러 새로운 철학들을 접하는 순간까지, 한 번 더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Vouloir, c'est pouvoir. '원한다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라고 했던가요? 전화에서 축하한다는 그 한마디에, 세상의 채색이 한 층 더 입혀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공계 직종에서 일하는 제가 과연 시인이 될 수 있을지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이제는 저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 있지 않을까 좀 더 고민하겠습니다.

우선 그런 가능성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관계의 붕괴를 소재로 쓴 당선작과는 전혀 다른 제 부모님과 형제, 세상의 재미를 알려주고 대학까지 강제 졸업시켜 준 친구들, 매출 한껏 올려드리고 싶은 멋쟁이 책방 대표님들, 마지막으로 다양한 직종에 근무하며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문래, 홍대, 합정의 작업실 및 독서 모임 사람들까지. 모두 우주만큼 사랑합니다.

▷1987년 수원 출생

-- 심사평

[한라일보] 시부문에는 115명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우선 '주제와 소재의 신선함', '시적 상상력과 독창성', '새로운 비유와 상징', '시적 언어의 운용', '시적 구성의 이해' 등 5가지 기준을 토대로 심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26편을 우선 선정하고 논의를 거듭한 결과 최종 4편으로 압축됐다. '소금이 오다', '광합성의 시간', '구름의 패턴', '고등어 가족' 등이었다.

'소금이 오다'는 서사적 내레이션이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자칫 수다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구름의 패턴'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읽히지만, 가벼움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가벼움을 털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광합성의 시간'은 시적 체화의 측면에서 현실을 질박하게 잘 풀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시적 군더더기들이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고등어 가족' 외 4편은 무난한 전개가 장점이지만, 투고된 작품들의 제목이 단조로우며 작품성이 균일하지 않은 점 등이 지적되었다.

최종 숙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고등어 가족'을 가작으로 선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선작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시적 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작품들이 더러 있어 안타까웠다. 신선하게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 시적 상상력과 독창성은 모든 창작의 생명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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