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왔다 /파블로 네루다 > AZ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28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7,775
  • H
  • HOME A-Z
A-Z

 

[P] 시가 내게로 왔다 /파블로 네루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171회 작성일 2025-01-18 15:26:05 댓글 0

본문

시가 내게로 왔다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어.
  내 영혼 속에서 뭔가 두드렸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그리고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난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遊星)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어둠,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어둠,
  소용돌이치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 시집 <네루다 시선>에서, 정현종 역, 민음사, 2007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