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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강진 편지/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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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88회 작성일 2025-03-07 16:45: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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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편지/정끝별

버석이던 갈대잎은 바람에 쏠렸는데요 산벚꽃 웃음에
춘백(春栢)의 눈매는 헛헛히 무너졌는데요 그렇게 웃자란 꽃
핌은 온통 상처라 당신 곁 무릎쯤만 내어주고 싶었는데요
몸끝 어쩌지 못하고 물오르는 풀인지 향기인지
모란 잎새 그늘 불현듯 꿈틀대던 꽃대도 그 꽃대 끝에
서 떨던 소란한 저녁 물비늘도 내 영혼에 일렁이던 햇살도
한통속들이었는데요 그렇게 한백년 비껴 서있던 당
신 겨드랑이와 내 겨드랑이가 이제야 키 낮은 망대를 만
들다니
바라보는 일만도 그토록 망설임이었거늘 가슴에 서로를 묻는
일이야 만장(輓章)처럼 당신쪽으로 누운 풀자국에 내내 가
난할 것입니다 모란 냄새 선명한 하마 흔하디흔한 세상 봄
밤으로 나 내내 따뜻할 것입니다.


- 흰 책 / 민음사. 2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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