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끝별] 강릉 점집/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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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점집/정끝별
쉬운 일이 없어 나는 숨어듭니다
그러다 문득 왜 이리 쉬운 일이 없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끝내 지나 기어이 넘어 달마처럼 동쪽으로
한 줄 수평선에 닿은 엉망진창 끝에 다다라
해가 뜨고 달이 뜨는 일만큼이나
물은 지치지 않고 바다에 이른다는데
숨어들어서라도 지지 않는 길을 찾는다는데
겨울바람에 길을 물으며 강릉 천변을 헤맬 때
거두지 못한 빨래처럼 깃대에 매달려 펄럭이는 卍
소란한 바람에 휘청이는 풍차라면
잠깐 놀란 돛이라면 주저앉은 닻이라면
물 반 卍 반인 강릉 천변에서 나는
쉬운 일이 없어 숨 쉴 수도 없는 나를 숨겨주기로 합니다
긴 숨을 몰아쉬고 엎어진 김에 쉬어가기로 합니다
물처럼 卍처럼 쉬워지기로 합니다
출처 : 월간 《현대시》 (2022년 8월호)
쉬운 일이 없어 나는 숨어듭니다
그러다 문득 왜 이리 쉬운 일이 없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끝내 지나 기어이 넘어 달마처럼 동쪽으로
한 줄 수평선에 닿은 엉망진창 끝에 다다라
해가 뜨고 달이 뜨는 일만큼이나
물은 지치지 않고 바다에 이른다는데
숨어들어서라도 지지 않는 길을 찾는다는데
겨울바람에 길을 물으며 강릉 천변을 헤맬 때
거두지 못한 빨래처럼 깃대에 매달려 펄럭이는 卍
소란한 바람에 휘청이는 풍차라면
잠깐 놀란 돛이라면 주저앉은 닻이라면
물 반 卍 반인 강릉 천변에서 나는
쉬운 일이 없어 숨 쉴 수도 없는 나를 숨겨주기로 합니다
긴 숨을 몰아쉬고 엎어진 김에 쉬어가기로 합니다
물처럼 卍처럼 쉬워지기로 합니다
출처 : 월간 《현대시》 (202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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