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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재] 계단의 연애와 에스컬레이터의 애무/정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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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6회 작성일 2025-05-18 09:42: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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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의 연애와 에스컬레이터의 애무/정덕재

동네 시멘트 계단에서
가위 바위 보를 하며
한 계단씩 올라갔던 놀이는
고전적 연애의 이벤트였다

에스컬레이터를 나란히 타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은 그놈이
간간이 그녀의 얼굴에 키스를 하는 것은
문명의 일상이 만들어낸
습관성 표현이다

계단에 앉아
오르막 길 오르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두런 두런 얘기를 나누던 연애는
상상을 뛰어넘는 스토리텔링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나란히 타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은 그놈이
간간이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바라보고 있는 건
다섯 계단 앞에 서 있는
짧은 치마의 눈부신 하반신이다

- 『비데의 꿈은 분수다』(도서출판 애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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