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 연가/조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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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조태일
너, 들끓는 쬐그만 가슴을
흐트리지 않고 용케도
여기까지 달려왔구나.
무슨 소문 듣고파서
다투며 밀려오는 파도에
큰 눈을 맡기고 설레이는 마음 맡기고
기대어 있는 너의 곁에까지
숨 할딱이며 나 또한
용케도 따라왔구나.
지평선 끝에 타오르는
이 시대의 그리움들은 파도치고,
저녁놀로 타오르고.
별들이 하나둘 떠오를 때까지
순한 서로의 눈들은 불꽃이 되어
포개지고 얼싸안고 함께 나뒹굴 때
그렇게 그렇게
사슴의 눈에 사슴의 눈이
어른거릴 때
우리는 입을 열지 않은 채
두고 온 온갖 소문들을
파도에게 별빛에게 퍼뜨렸다.
거듭 사슴의 눈에
사슴의 눈이 포개질 때,
우리의 눈이 어른거릴 때,
파도는 소문이 되어
더 큰 바다를 향해 떠나고
별들도 소문이 되어
하늘에 바다에 웅성거렸다.
- 『푸른 하늘과 붉은 황토』(시인생각,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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