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호] 유호/전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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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전윤호
유호는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선생님 아들
강돌처럼 작고 똘똘했지
길바닥이 뜨거운 여름이면
다리 밑에서 종일 함께 헤엄을 쳤어
남과 싸우지 않고
괴롭히지도 않는 모범생
어느 날 아침 수업이 시작됐는데
유호 책상이 비어 있었어
우리가 집으로 돌아온 저녁까지
학교에 가야 하는 아침까지
강에서 나오지 않은 거야
벌거벗고 헤엄치던 아이들은
그때부터 조금씩 강을 두려워하는 어른이 되었지
학기 중에 이사 간 선생님처럼
고개 숙이고 떠나간 누이들처럼
세상은 이제 친구가 아니었어
하지만 난 함부로 떠들어댔지
무덤이 없으니
그놈도 도원으로 마실 간 거라고
저물녘이면 마지막으로 함께 놀았던 여울에서
두 손을 모아 이름을 외치면
벼랑에서 벼랑으로 왜 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 『늦은 인사』(실천문학사, 2013)
유호는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선생님 아들
강돌처럼 작고 똘똘했지
길바닥이 뜨거운 여름이면
다리 밑에서 종일 함께 헤엄을 쳤어
남과 싸우지 않고
괴롭히지도 않는 모범생
어느 날 아침 수업이 시작됐는데
유호 책상이 비어 있었어
우리가 집으로 돌아온 저녁까지
학교에 가야 하는 아침까지
강에서 나오지 않은 거야
벌거벗고 헤엄치던 아이들은
그때부터 조금씩 강을 두려워하는 어른이 되었지
학기 중에 이사 간 선생님처럼
고개 숙이고 떠나간 누이들처럼
세상은 이제 친구가 아니었어
하지만 난 함부로 떠들어댔지
무덤이 없으니
그놈도 도원으로 마실 간 거라고
저물녘이면 마지막으로 함께 놀았던 여울에서
두 손을 모아 이름을 외치면
벼랑에서 벼랑으로 왜 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 『늦은 인사』(실천문학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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