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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 넝쿨/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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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9회 작성일 2025-04-20 10:50: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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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조은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그 어린 고양이를 길렀을 것이다

덜 마른 탯줄이 달린
눈도 못 뜬 고양이를 어제
상처 많은 사람이 주워 왔다
불안할 때마다 손톱을 물어뜯는 그만 아니었다면
나는 고양이를 집 안에 들이지도 않았다
내겐 버려진 고양이를 거둔 고된 경험이 있고
살아 있는 미물도 버거운
인간으로 살아야 할 내 삶이 있다

거품처럼 가벼운 고양이는
살아날 리 없었다
그래도 입을 벌려 몇 방울의 우유를 먹이고
포근한 잠자리를 주고
조용한 곳에 두자 녀석은 소생했다
태변도 봤다

밤새 우는 고양이 때문에 잠을 설치고
나쁜 마음으로 허청대며
동물병원을 찾아간다
살고자 하는 녀석의 본능이
나를 감고 넝쿨처럼 올라간다

- 『따뜻한 흙』 (문학과지성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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