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피스토 왈츠/진은영 > 자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822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569
  • H
  • HOME

 

[진은영] 메피스토 왈츠/진은영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168회 작성일 2025-02-11 08:52:03 댓글 0

본문

메피스토 왈츠/진은영

 뚜껑과 시신을 잃어버린 관 속에서
 붉은 샐비어꽃들이 피어날 때
 밤이 깜짝 놀란 두 눈썹을 치켜뜨고
 묘석 모양이 담쟁이 잎을 응시할 때
 불안이
 부서진 어깨뼈의 십자가에서 포도송이처럼 열릴 때
 
 사물 하나를 물고와 심장의 텅 빈 수조
 어두운 피의 찰랑거리는 기억 속에서 헤엄치게 할 수 있다면
 다시 낯선 비밀들이
 몸 속으로 뛰어들게 할 수 있다면
 페르시아도기의 깨지기 쉬운 색깔에 포박되어
 미친 양탄자의 춤 위에 올라탈 수 있다면

 모든 구멍을 틀어막는 슬픔의 막대기여
 무취의 거리를 짓이기며 달려가는 라벤더 꽃잎의 타이어
 고대 화폐처럼 닳아버린 달의 입술이여, 사라진 역병들이여
 
 어둠의 찢어진 자루에서
 썩은 양파들이 굴러 떨어지는 밤
 
 네가 마시는 알코올 속 얼음으로 녹아들기 전에
 바이올린 화염으로 흰 자작나무 언덕을 모두 태우기 전에
 그가 왔다

 나의 죽은 귓속에서 푸른 귀뚜라미가 울고 있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