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같은 남자/장석주 > 자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791
어제
667
최대
3,544
전체
297,677
  • H
  • HOME

 

[장석주] 백치 같은 남자/장석주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12회 작성일 2025-04-17 07:52:19 댓글 0

본문

백치 같은 남자/장석주

세상 한번 흔들어놓겠다는 야심이라도 가졌었나,
그저 강아지나 참새 같은 것,
조그맣고 단순한 것들이나 사랑하는 사람인데,
언제 영웅호걸 되어 금의 환향할 꿈이라도 꿨었나,
해와 달과 산과 나무야 고맙다, 고맙다, 하며
키 작은 아내 더불어 애 낳고 사는 걸
커다란 보람으로 여기는 사람인데,
봄 되면 구름처럼 일어나는 흰 꽃 붉은 꽃들과 함께
닝닝거리는 벌떼들,
무성한 수풀 속에 따뜻한 알 낳는 새들을
가슴 두근대며 바라보고
황홀하게 취한 채 살아가는 사람인데,
우주를 꽃밭으로 알고 살아가는 어리석은 사람인데,

-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문학과지성사, 199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