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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극빈/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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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1회 작성일 2025-04-17 07:50:0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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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빈/장석주

자두나무 베어 낸 자리에 온 가난,
당신과 나,
자두나무 한 그루 없이
이웃들은 저녁마다 흑염소처럼 울었네.

자두나무 베어 낸 공지(空地)를 건너온
족제비가 부엌 안쪽을 들여다보네
늦가을 저녁 마당엔 눈썹 검은 저녁이 오고
우리는 자두나무 한 그루 갖지 못한 채
얇아진 가슴을 안고 살았네.

가끔 고요의 안쪽에서 울리는
깃 없는 메아리의 캄캄함에 귀 기울이는데,
살얼음 딛는 아이 같이
  당신 발은 젖어 있었네.

- 『일요일과 나쁜 날씨』(민음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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