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일기/전기철 > 자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788
어제
667
최대
3,544
전체
297,674
  • H
  • HOME

 

[전기철] 노숙일기/전기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22회 작성일 2025-04-14 18:48:27 댓글 0

본문

노숙일기/전기철

가난한 밤은 길다
수녀들이 지나가고
신부들이 지나가고
골판지 박스가 오고
신문지들이 오고
밤은 천천히 걷는다
소주병들이 여기저기 흩어지며
욕설을 폭죽처럼 터뜨린다
차곡차곡 쌓인 하루 위에 몸을 눕히면
잠 속으로 발자국이 찍히고
아직 밥을 먹지 못한 영혼이 휘파람 소리를 키운다
밤은 저 홀로 깊어가고
잠들지 못한 이들의 신발은
발레를 하듯 절뚝인다

- 『아인슈타인의 달팽이』(문학동네, 200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