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 은행을 털다/정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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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털다/정병근
그 아저씨가 은행을 턴다
자기보다 다섯 배나 더 긴 장대로
은행나무의 갈피를 휘젓는다
맘껏 한 번 털어 보시죠
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눈감고 기다리는 은행나무
장대로 탁탁 털 때마다
은행보다 은행잎들이 더 많이 떨어진다
그 아저씨 목이 아파 잠시 쉬는 동안
건들건들 은행나무가 아저씨를 턴다
내놔 봐 내놔 봐
허공 같은 다리를 툭툭 털자
그의 호주머니에서 붉은 목도장이 떨어진다
바랜 사진과 주민등록 번호가 떨어진다
야윈 무릎에 박혀있던
舍利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사리보다 더 많은 주름이 떨어진다
- 『오래 전에 죽은 적이 있다』(천년의시작, 2002)
그 아저씨가 은행을 턴다
자기보다 다섯 배나 더 긴 장대로
은행나무의 갈피를 휘젓는다
맘껏 한 번 털어 보시죠
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눈감고 기다리는 은행나무
장대로 탁탁 털 때마다
은행보다 은행잎들이 더 많이 떨어진다
그 아저씨 목이 아파 잠시 쉬는 동안
건들건들 은행나무가 아저씨를 턴다
내놔 봐 내놔 봐
허공 같은 다리를 툭툭 털자
그의 호주머니에서 붉은 목도장이 떨어진다
바랜 사진과 주민등록 번호가 떨어진다
야윈 무릎에 박혀있던
舍利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사리보다 더 많은 주름이 떨어진다
- 『오래 전에 죽은 적이 있다』(천년의시작,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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