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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바다가 보이는 교실 3/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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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3회 작성일 2025-04-14 14:56:0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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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교실 3/정일근
-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어둔 바다 같구나 말없이
고여 썩어가는 저 검은 바다 밑 같구나
유리창 밖에는 늘 익숙한 어둠,
꽃 피는 봄과 찬란한 여름
저리도 넉넉한 우리나라 가을 또한
어둠 깊숙이 묻어두고
기약도 그리운 마음도 없이
지금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저마다 ?표로 가득 찬 머리를 숙이고
밑도 끝도 없이 작은 거부의 몸짓도 없이
우리들은 가라앉고 있구나
늪 같구나 우리가 딛고 사는 이 시대가
스스로 갇혀 가라앉는 늪 같구나
일어서야 하는데 뛰어가야 하는데
잠든 너희들을 흔들어 깨워
저 바다 건너 그리운 마을에 등불 꺼지기 전에
함께 가 닿아야 하는데
유리창 밖에는 어느새 겨울바람이 일고
빈 나무들이며 겨울산이 온몸으로 우는 소리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열다섯 어린 영혼들을 불러 깨워야 하는데
나는 무엇인가?
헐떡이며 넘어가는 시간에 몸을 기대고
말없이 흘러가는 나는 누구인가?
아아, 나는 누구인가?

- 『바다가 보이는 교실』(창작과비평사,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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