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 야학일기 2/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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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학일기 2/정일근
야간 천막학교이지만
졸업을 하고 열아홉 살이 되면은
해군 하사가 되고 싶다던 네가
열일곱의 네가
선반톱에 손가락에 잘려서 등교했을 때
직업군인이 되어
동생 철이만큼은
까만 교복 입혀 중학교에 보내고 싶다던
단 하나뿐인 너의 꿈이 잘려나가고
그날따라 바람은 왜 그다지도 많은지
펄럭이는 천막교실 더욱 참담해
끝내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나긴 겨울밤 통곡으로 지새웠지만
너는 결코 두 형제를 고아원에 버리고 떠난
어머니와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다
얼굴 모르는 아버지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잘려나간 저 손가락이
다시 자라날 수는 없을까요
이 땅의 죄 많은 하느님
잘려나간 손가락과
해군 하사가 되고 싶다던 너의 희망에 대하여
새벽이 올 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바다가 보이는 교실』(창작과비평사, 1987)
야간 천막학교이지만
졸업을 하고 열아홉 살이 되면은
해군 하사가 되고 싶다던 네가
열일곱의 네가
선반톱에 손가락에 잘려서 등교했을 때
직업군인이 되어
동생 철이만큼은
까만 교복 입혀 중학교에 보내고 싶다던
단 하나뿐인 너의 꿈이 잘려나가고
그날따라 바람은 왜 그다지도 많은지
펄럭이는 천막교실 더욱 참담해
끝내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나긴 겨울밤 통곡으로 지새웠지만
너는 결코 두 형제를 고아원에 버리고 떠난
어머니와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다
얼굴 모르는 아버지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잘려나간 저 손가락이
다시 자라날 수는 없을까요
이 땅의 죄 많은 하느님
잘려나간 손가락과
해군 하사가 되고 싶다던 너의 희망에 대하여
새벽이 올 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바다가 보이는 교실』(창작과비평사,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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