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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기다림에 대하여/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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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4회 작성일 2025-04-14 14:44: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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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에 대하여/정일근

기다림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일까
늦은 퇴근길 107번 버스를 기다리며
빈  손바닥 가득 기다림의 시를 쓴다
들쥐들이, 무릇 식솔 거느린 모든 포유류들이
품안으로 제 자식들을 부르는 시간,
돌아가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부르고 싶다 어둠 저편의 길들이여
경화, 태백, 중초마을의 따스한 불빛들이여
어둠 저편의 길을 불러 깨워
먼 불빛 아래로 돌아가면, 아내는
더운 밥냄새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리
아이들은 멀리 있는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리
살아 있음이여, 살아 있음의 가슴 뛰는 기쁨이여
그곳에 내가 살아 있어
빈 손바닥 가득 기다림의 시를 쓴다
푸른 별로 돋아나는 그리운 이름들을 쓴다

- 정일근, 『바다가 보이는 교실』(창작과비평사,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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