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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마산 엘레지/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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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8회 작성일 2025-04-14 14:14: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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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엘레지/정일근

함안 의령 어느 빈촌이 아니면
함양 산청 그 어느 두메산골
겨우 중학을 졸업하거나
월사금이 밀려 쫓겨난 그해
마산 마산 소문만 듣고
자유수출 창원공단 달콤한 소문만 믿고
달 뜨지 않는 밤
둘둘 삼삼 짝을 지어
꿈에도 그리운 마산으로
마산으로 오는 순이
열넷 열다섯 나이를 속이고
사촌언니 주민등록 초본을 빌어
한 삼사 년 길게는 사오 년
우리나라의 수출 역군이 되어
두고 온 고향 정든 땅 그곳으로
막냇동생 철수의 밀린 월사금
아버지의 농협빚 이자 꼬박꼬박 보내지만
어쩌다 일본 사장 가짜 대학생에 속고
더러는 공순이 생활이 너무나 아득하여
마산
마산이 아니면 진해 충무 울산 삼천포
이 다방 저 술집으로
순이란 촌 이름은 벌써 잊어버리고
미스 문 미스 민 다혜 경아 혜리로 떠돌지만
그래도 마산으로 마산으로
어둠을 밟고 오는 순이
그런 순이의 눈물들이 모여 이루는
더욱 커다란 마산의 슬픔 아아
마산 엘레지

 -  『바다가 보이는 교실』(창비,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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