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정일근 > 자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569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316
  • H
  • HOME

 

[정일근] 진해/정일근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8회 작성일 2025-04-14 14:13:42 댓글 0

본문

진해/정일근

진해, 하고 중얼거려보면
나 키우시던 어머니의 젖 내음 난다
탑산동 산 번지 그 막다른 골목집
달디 단 젖 내음 시누대숲 바람에 날리고
젊은 어머니 건강한 젖가슴에 안긴
나를 만난다

진해, 하고 중얼거려보면
내 입 속 가득 벚나무 꽃잎 날린다
사월의 분분한 향기에 황홀해 지며
꽃보다 더 붉은 얼굴로 첫사랑을 하고
터질듯 뛰는 심장으로 첫 키스를 하던
나를 만난다

진해, 하고 중얼거려보면
내 영혼에 물든 푸른 진해바다 출렁거린다
그 잉크 같은 바닷물에 펜을 찍어 시를 쓰며
흑백다방에 앉거나 탑산 365계단 오르며
니코스 카잔차스키와 악수하고 랭보와 결별하던
나를 만난다

진해, 하고 중얼거려보면
마음이 먼저 정거장으로 달려가 기차를 기다린다
진해로 가는 마지막 기차 타고
고향 불빛 스미는 따뜻한 유리창에 얼굴 대고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나를 만난다

- 『오른손잡이의 슬픔』(도서출판 고요아침, 200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