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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도] 눈사람/조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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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8회 작성일 2025-04-14 13:19:4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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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조재도

아무 소리도 불평도 없이
눈은 뭉쳐져 눈사람이 된다
그 눈사람 속엔
그 이를 지탱해 주는 무언가가 들어 있다
항아리 속 가득 들어 있는 텅 빔 같은
바큇살을 꽉 물고 있는
바퀴의 중심 같은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견디겠는가
허물어지기 쉬운 살 속의
투명한 뼈 없고서야
겨울의 한복판을 어찌
생의 느지막을 어찌,
걱정 근심에 한 생이 떠밀려 가는
그 이를 지탱해 주는 것
지탱하여 다시 물로 녹아내려
물방울로 떠돌다 언젠가는 아득한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
살을 짜내는 하루하루 노동에
나이 들면 평화로이 살리라는
위안 없다면
은행 알처럼 동글동글한
고 작고 작은 희망마저 없다면

- 조재도,『좋은 날에 우는 사람』(도서출판 애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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