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전성호 > 자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98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7,845
  • H
  • HOME

 

[전성호] 이명/전성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22회 작성일 2025-04-09 07:56:22 댓글 0

본문

이명(耳鳴)/전성호

벚나무 둥치를 품은 말매미
허물로 한 철을 살아낸 집
쉰내가 날 때까지 플라스틱 통에
팥떡, 망개떡, 찰떡을 팔던
해운대 백사장

성질 급한 놈, 오토바이 경주에 한몫 끼어들었는지
설쳐대는 마후라 똥구녕 찢는 소리

한여름 매미들
굵고 짧게 사는 것도 몸서리치기는 마찬가지라
저리 당당히
우는 법을 터득한 것인가

쥐어짜는 매미들의 입술을 쫓아
긴 여름을 가는데
죽음에 다 가닿은 말매미들
날카로운 울음 모래사장을 넘는다
허물 같은 빈집만 허공에 남기는
내 귓속의 매미 소리.

-  『먼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실천문학사, 20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