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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고드름/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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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3회 작성일 2025-04-06 17:18:5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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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정호승

영랑 생가 초가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은 물의 모란이다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는 찬란한 기다림의 물이다

낙산사 파도 소리 끝에 매달린 고드름은 바다의 적멸보궁이다
새벽마다 길에서 길을 묻던
동해의 햇살이 달려와 깃드는 진리의 뒷뜰이다

종로 오피스텔 고층 난간에서 떨어진 고드름은 물의 시체다
전생에 무슨 죄가 저리 많아 산산조각이 났을까

나는 어릴 때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따다 먹었다
어머니가 손수 반죽해서 만든 칼국수처럼
고드름으로 국수를 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 정호승, 『여행』(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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