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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젊은 느티나무에게 고백함/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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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7회 작성일 2025-04-06 17:16: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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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느티나무에게 고백함/정호승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이
젊은 느티나무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아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무량수전 무거운 기와지붕을
열여섯 개 배흘림기둥이 받치고 선 까닭이
천 년 전
느티나무가 사랑했던 모란 때문임을
늦어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오늘 홀로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느티나무 무늬로 남은 모란꽃을 쓰다듬어봅니다
오늘부터 다시 천 년 동안
무량수전 열일곱 번째 배흘림기둥이 되어
당신을 받치고 서 있겠습니다

- 정호승,『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 마디』(비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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